새로 심은 잔듸에 잡초가 군데 군데 보이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잔듸전체에 퍼져 잔듸인지 잡초 밭인지 구분이 안될 정도가
되었다. 잔듸깍는 기계로 잔듸와 잡초를 함께 깍은 즉시는 키가 똑같아 거의 구분이 가지 않았으나 하루가 지나기 무섭게 잡초는 성장해 잔듸머리위에 얄밉게도 버젖이 걸터 앉아 있는 것이다. 제초제 약을 뿌리면 잠시 죽은 척하다가 또 얼마 지나지 않아 고개를 쳐들기를 반복하며 더욱 약을 올리고 있었다. 기계적인 방법과 화학적인 방법을 모두 동원하였으나 실패하였다. 잡초의 특징은 성장과 번식 즉 생명력에 있다는 사실을 새삼 경험으로 알게 되었다. 그렇다고 지나 칠 때 마다 눈에 거슬리는 잡초를 그냥 두고 볼 수 만은 없지 않은가? 그러나 두고 볼 수 밖에 없었다. 나로선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어느 날 밤 잠이 오지 않아 잠시 잔듸 주위를 멤돌며 생각에 잠겨 있었다. 희미한 가로등의 불 빛에는 잔듸보다 이미 몇 일 사이 번식한 수 많은 잡초들만 어디선가 불어오는 작은 미풍에도 긴 머리 털을 휘날리고 깔깔 거리며 나를 조롱하는 듯 자신의 존재를 과시하고 있었다. 어두운 밤이지만 나도 모르는 사이 이미 나의 손은 잡초들의 머리카락을 휘어 잡고 있었다. 보이는데로 잡히는 데로 닥치는데로 원시적인 방법으로 마구 잡아 뽑기 시작했다. 그러나 사실은 효과가 없는 공연한 일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왜냐하면 드러나 보이는 풀이 문제가 아니라 보이지 않는 깊은 곳에 자리잡고 있는 뿌리를 제거 하지 않는 한 헛 수고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제 방법은 깨달았으나 어떻게 그 많은 잡초들을 하나 씩 뿌리채 뽑아 내느냐가 관건이다. 또 잘못하면 다른 멀쩡한 잔듸를 훼손할 수 도 있기에 하던 작업을 중단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냥 포기하고 일어서려니 마음이 편치 않았다. 다시 자리에 주저앉아 손을 깊이 잔듸에 넣고 여기저기를 음미하듯 잡초뿌리를 찾아 손 놀림 하기를 얼마 후 조금씩 잡초뿌리의 특징을 손으로 느끼기 시작했다. 하나 둘씩 손에 잡초뿌리가 뽑혀 나오는 것이 신기하기까지 했다. 시간이 갈 수록 고수의 손 놀림처럼 빨라지고 있었다. 마치 한석봉과 어머니가 불 끄고 글 쓰기와 떡 썰기를 했던 것처럼..... 한참 후 뒤를 돌아 보니 조금 전까지도 자신의 존재를 과시하던 잡초들이 잔듸밖에 내동댕이 쳐진채 수북히 쌓여 있었다. 꺽은 무릎을 펴고 일어나려니 다리가 저려왔으나 왠지 마음 한 구석이 시원함을 느낄 수 있었다. 잡초를 하나 하나 제거하면서 내 속에 자리잡고 있던 잡초들도 같이 뽑혀 나가기라도 한 것 일까! 아마도 그 동안 나도 모르는 사이에 많은 잡초들이 번식해 있었나보다. 마당의 잡초만 보았지 내 마음의 잡초는 보지 못했던 것이다. [출처] 잡초 [雜草, weed]|작성자 NYG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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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임목사 칼럼In His Plan, In His Place, In His TIme! Archives
8월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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