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일찍 지인 목사님으로부터 전화한통이 걸려왔다.
“목사님, 오늘 저녁 아무게 목사님 가정에 장례예배가 있는데 꼭 참석 좀 해요. 주변에 사람들이 많지 않아 우리라도 가서 자리를 지켜주면 좋을 것 같아” 나는 전화를 끊고 고민이 생겼다. 첫째는 잘 아는 분이 아니었고, 둘째는 저녁 기도회에 늦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나의 이런 갈등을 눈치 챈 사모는 이렇게 말을 건넨다. “잔칫집은 몰라도 초상집은 가셔야지요” 꼭 예수님 가라사대 같이 들렸다. 물론 더 이상 고민할 이유도 없어졌다. 시간이 되어 도착한 장례식장의 분위기는 정말 소수의 유족과 조문객들로 차분히 가라앉아 있었다. 예배를 드리는 가운데 문득 아침에 전화를 주신 목사님의 뒷 모습을 보면서 마치 아둘람굴의 다윗이 연상이 되었다. “환난당한 모든 자와 빚진 자와 마음이 원통한 자가 다 그에게로 모였고 그는 그 장관이 되었는데 그와 함께 한 자가 사백 명 가량이었더라 “(삼상22:2) 왜냐하면 목사님께서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주위의 소외되고 어려운 환경에 처해 있는 목사님들을 모시고 오셔서 소개하시며 “꼭 여러분들 관심을 가지시고 도와 주세요”라는 당부를 잊지 않으신다. 그러다보니 자연 목사님 주위에는 직간접 영향을 받으신 많은 목사님들이 모이게 되었다. 다소 엉뚱한 생각인지는 모르겠으나 이 곳 뉴욕과 뉴저지에 목회지가 없는 목사님들이 적지 않으시다고 하던데 이 분들을 모시고 함께 목자를 위한 목회를 위해 교회를 하실 수있다면 교회이름은 내가 지어드릴텐데… “아둘람 (목자)교회”라고…. 예배를 마치고 Viewing 을 하기 전에 유족의 인사말이 있었다. “실은 가족끼리 조촐하게 장례예배를 드리려고 하였습니다만 아무게 목사님께서 일을 크게 벌리셔서 이렇게 많은 목사님들을 모시게 되었습니다. 아무튼 감사합니다” 라고 농담처럼 짧게 말씀 하셨으나 이미 눈가에는 감출 수 없는 이슬이 맺혀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슬픔의 눈물이 아닌 감사의 눈물이었으리란 생각에 어느 덧 내 마음의 창에도 작은 이슬이 맺혔다. 나는 급한 마음에 주위 분들과 간단한 인사만 나누고 기도회를 위해 교회를 향해 차를 몰았다. 자신의 처지도 어려우시지만 항상 남을 돕고 위로하고자 하시는 목사님! “당신은 진정 뉴욕교계의 등불이십니다” 차는 이미 교회 주변에 도착해 주차 할 곳을 찾아 서성거리고 있었다. 차창으로 올려다 보이는 교회는 두 개의 불빛이 주위를 환하게 비추고 있었다. 카페 쪽에 조명등불과 예배당 쪽에 십자가등불이었다. 마침내 등불을 확인하고나니 안심이 되었다. 차에서 내려 건물내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는데 벌써 기도가 시작되었는지 배경음악이 크게 온 빌딩에 울려 퍼지고 있었고 예배당안에는 힘있고 뜨거운 기도가 감돌고 있었다. 나는 감히 기도에 방해가 되지 않을까 싶어 살그머니 맨 뒷 자리에 자리를 깔고 무릎을 꿇어 앉아 잠시 주위를 살펴보았다. 오직 한 사람만이 강단 앞에서 두 손을 버쩍들고 기도 할 뿐이었음을 보고 깜짝 놀랐다. 강단 앞 자리에서 기도하는 성도의 모습과 목소리로 보아 아무게 집사임을 확인 할 수 있었다. 얼마 전 “목사님 설교말씀에 깨달음이 되어 기도를 더 많이 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라고 했던 집사였다. 그 후로 매일 예배당에 나와 개인적으로 기도하는 것으로 알고 있던 터였고 목사가 있으나 없으나 자리를 지켜주는 성도가 있다는 것 만으로도 가슴이 여미도록 고마웠다. 오늘 하루 동안 내 마음에 강렬하게 부딪히는 단어가 있었으니 바로 “등불”이었다. 배경 음악이 끊난 줄도 모르고 기도하던 집사는 기도를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나 뒤 돌아 나오다가 카페 테이블에 앉아 뭔 가를 극적이고 있는 나를 보고 “어머 목사님 계셨어요?”하며 반가워 한다. “그런데 지금 뭐 하세요?” “응, 기도하다 생각 나는 글이 있어 칼럼으로 옮기는 중이야” “아, 오늘 장례식에서 있었 던 일인가 보죠?” “그래 맞아” “주제가 뭐예요?” “등불” 인사하고 뒤 돌아 나가는 그녀를 보며 나는 소리없이 이렇게 중얼거렸다. “당신은 뉴욕정원교회의 등불이야. 그것도 활활 타오르는….” 꺼져가는 등불 조차 끄지 않으신다는 주님의 말씀을 묵상하니 더욱 힘이 났다. 아울러 나는 한인타운을 넘어 타임스퀘어 그리고 맨하튼의 등불이 되어야 한다는 굳은 마음을 새삼 확인하며 늦은 밤 어둠 속에 여전히 주위를 환하게 비추는 십자가 등불을 뒤로하며 집으로 돌아왔다.
0 Comments
Leave a Reply. |
담임목사 칼럼In His Plan, In His Place, In His TIme! Archives
8월 20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