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중심부 뉴욕 맨하튼 한복판에서의 목회가 정말 실감이 난다.
그 동안 여러 지역 다양한 계층의 많은 방문자들이 저희 교회를 거쳐갔는데 그 중에 특히 기억에 남는 만남들이 있어 소개하려고 한다. 청소년 시절 지도 전도사님이셨던 목사님 가족이 여행 중에 주일 예배를 드리기 위해 들리시다 현관에서 주보(담임목사 이름)를 보고 저를 보고를 반복하시다 “효식이 아이가?”하며 휘둥그래진 눈으로 손 내미셨던 스승과 제자의 깜짝 만남. 또는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을 관광하다 지나는 길에 저희 교회를 보고 “아니 맨하튼 한 복판에 한인교회가 있네!” 하고 신기해하며 찾아오신 한국에서 오신 목사님 일행들, 알고 보니 저와 같은 교단의 선 후배 목사님들이어서 더욱 반가웠던 만남. 그리고 청소년 시절 우상이었던 7080 가수들과의 수 차례의 흥분된 만남. 뉴욕의 건축 디자이너상 수상 차 1달 예정으로 방문하여 예배를 드렸던 영국에서 활동하는 건축 디자이너도 기억에서 맴돈다. 마지막 주일에는 뉴욕에 좋은 교회와 목사님을 소개하고 싶으니 꼭 와서 함께 예배 드리자고 영국에 있는 아내를 졸라 결국 부부가 함께 예배를 드리며 “목사님의 사역에 저도 꼭 참여할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라는 말을 남기고 떠났던 감동적인 부부와의 만남. 운항 중 뉴욕에 기착하면 피곤한 눈을 비비며 가장 먼저 교회를 찾아 오셨던 항공사 기장님과의 순수한 만남. 그 밖의 상당한 지위가 있는 CEO 임에도 수행원 없이 조용히 교회를 찾아 주일 예배를 드렸던 기업가와의 겸손한 만남. 99% 백인동네에서 시장으로 재직하며 흔한 정치인들과 달리 조용히 이름 없이 한국인의 자긍심을 심어 주었던 어느 정치인 시장님과의 뿌듯한 만남. 성전에 들어가자마자 바닥에 배를 깔고 넙죽 엎드리며 기도하는 흑인을 보고 “What are you doing?” 을 연발하는 나를 놀라게 만들었던 영화 제작자 흑인 감독과의 당황스런 만남. 어느 날 잠시 지나는 길에 들렸다며 교회를 둘러보고 사역에 대해 이것 저것 물어보는 한 청년과의 귀찮은 만남. 그러나 알고 보니 영화산업의 메카로 불리는 허리우드에서 영화와 드라마에 참여하며 활발히 활동하는 잘 생긴 영화배우였던 급 반전의 만남. 선약이 있어 아쉽게 자리를 떠야 한다는 말과 함께 그 자리에서 무릎 꿇고 기도 요청을 하던 그의 모습 등이 기억에 아롱거린다. 자신의 한의 사무실로 초대해 "주의 종을 위해 자신이 배운 의술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감사한 일이지요. 목사님, 저는 이 기술을 직업으로 돈을 벌며 사는 것보다 선교사로 나가 헌신하며 살고 싶습니다."라며 선교 열정을 불 태우던 열혈 청년 한의사와의 따끔한(?) 만남도 있었다. “따르릉 따르릉” “여보세요?” “아, 네 거기 주효식 목사님이신가요?” “네, 그렇습니다” “아이구, 저 모르시겠어요?” 벌써 심상치 않은 데서 걸려온 전화임을 감지할 수 있었다. 결국 걸려온 전화의 주인공은 같은 교회에서 학생회와 청년 부를 섬겼던 정말 꽤 오랜 친구의 전화였던 것이다. 반가운 마음에 서로의 안부를 전하며 전화상으로나마 그간의 회포를 풀 수 있었다. 그리고는 자신의 아들이 뉴욕을 잠시 방문한다 길래 우리 집에 조금 불편하겠지만 머물라고 하였다. 그리고 며칠 후 만난 아들을 통해 그 아빠의 잘 생긴 모습과 엄마의 털털한 성격을 어렵지 않게 발견 할 수 있었다. 양쪽의 장점을 닮은 괜찮은 작품이란 생각이 들었다. 마침 큰 아들하고 동갑이라 만난 첫 날부터 서로 익히 알고 지내던 친구처럼 잘 어울리는 모습을 보면서 오랜 친구 아들과의 흐믓한 만남을 갖게 되었다. 나는 만남에 대해 생각하다 급히 지하실 창고에 내려가 쌓아 둔 지나간 앨범들을 뒤적거리기 시작했다. 아버지가 나에게 남긴 유산은 아마 두 가지란 생각이 든다. 하나는 믿음의 유산이요. 또 다른 하나는 빛 바랜 사진들로 정돈 된 앨범과 책들이다. 특히 아버지께서는 돌아가시기 전 믿음의 선조이셨던 할머니의 희미한 흑백사진부터 7남매 자녀들을 가족단위로 분류해서 손주들까지 빠짐없이 기록으로 보관하시기 위해 사진 사이사이에 꼼꼼히 글을 적어 놓으시며 앨범을 만들어 오셨던 것이다. 그 동안 무관심 속에 보관 되어오던 뽀얀 먼지 속에 앨범을 한 장 한 장 조심스럽게 천천히 넘기면서 이미 내 곁을 떠나버린 소중한 만남의 주인공들을 한 분 한 분 대할 수 있었고 나는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라는 시간에 접속 된 느낌마저 들었다. 그리운 얼굴들을 사진을 통해 만날 때마다 밀려오는 아련한 옛 생각에 그만 나도 몰래 눈 시 울을 붉히고 말았다. 이제 더 이상 만날 수도 뵈올 수도 부를 수도 없는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의 모습을 오랜만에 사진으로나마 극적 상봉을 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새삼 믿음의 가문에서 태어나 참으로 영광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미래에 나를 바라보는 후손들에게는 “가문의 영광”이 될 수 있도록 영향력 있는 삶을 살다 인생을 마쳐야겠다는 결단을 불끈 하며 하나님이 허락하신 지나 온 소중한 만남에 대해 깊이 감사를 드리고 아울러 앞으로도 사는 날 동안 만남의 소중함을 깨닫고 남이 나에게 아름답고 소중한 만남을 선물한 것처럼 나도 남에게 같은 선물을 해야한다는 당위성에 의무감마저 든다. 부지 중에 천사를 대접했다거나 어린 소자에게 베푼 냉수 한 그릇의 의미를 떠 올려 본다면 누구를 만나든 주님을 대하는 것처럼 해야한다는 가르침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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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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