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연중행사로 치러지는 코리안 퍼레이드와 페스티벌을 참관하고 구경하기 위해 뉴욕과 뉴저지 일대의 많은 한인들이 맨하튼 코리아타운을 찾는다.
풍성한 먹거리와 볼거리에 비단 한인뿐 아니라 관광객을 비롯 다민족[多民族]들이 모여들기도 한다. 특히 행사장 중심에 자리잡고 있는 우리교회 주위에는 항상 사람들로 북적이기 마련이다. 그러나 멀리서 소풍 나오듯 오랜만에 맨하튼을 찾은 사람들에게 하루 종일 거리에서 시간을 보낸다는 것은 사실 힘겨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고 모처럼의 상경(?)인데 쉽게 포기하고 돌아가기도 마땅치 않으리란 생각이 든다. 그래서 저희 교회와 카페는 모든 분들이 편안히 쉬어 가실 수 있도록 한껏 분위기를 살려 모든 공간을 개방하고 작지만 정성껏 준비한 차와 음료를 제공하게 되었다. 예상대로 많은 분들께서 찾아 주셨는데 특히 연세가 지극하신 어르신들께서 삼삼오오 짝을 지어 들어오셔서 각각 테이블에 자리를 잡으셨다. 평소 젊은 청년들로 북적이던 이 곳에 모처럼 부모님과 같으신 어르신들이 교통불편을 무릎 쓰고 멀리서 오셨기에 그 동안 헤어져 살면서 부모를 공경할 수 없었던 불효[不孝] 막심[莫甚]한 자식을 찾으신 부모님을 뵈옵는 심정과도 같아 가슴 한편이 뭉클하였다. 일행 중 어느 멋쟁이 할머니께서 이렇게 말문을 여셨다. “여기 들어와 앉아 있으니 옛날 처녀시절에 다방에 앉아 있던 생각이 나네”하시면서 금새 추억에 잠기시는 듯 하셨다. 이에 기다렸다는 듯이 나는 이렇게 말을 이어갔다. “정말 그러세요? 그러면 성공이네요. 저는 다방(카페) 같은 교회, 갤러리같은 교회, 극장 같은 교회로서 비록 교회는 다니지 않으셔도 누구나 언제든지 방문하셔서 편안히 쉬어 가실 수 있는 교회가 되기를 바라거든요.” 그러자 옆에 젊잖게 앉아 계시던 할아버지께서 차분한 목소리로 하시는 짧은 한 말씀에 나는 깜짝 놀랐다. “걱정이에요, 걱정……” 나는 어르신들 앞에서 무슨 말 실수를 하였나 싶어 조심스럽게 여쭈어 보았다. “무슨 걱정을 말씀하시는 것이지요?” “나는 교회에 대해 잘 모르지만 이렇게 좋은 일 하는 교회가 없어질 가봐 걱정이라고요. 없어지면 않될텐데……” 정말 심중에서 우러나오 듯 하시는 말씀에 나는 민망한 마음이 들어 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세상 사람들은 물론 교인들 조차도 걱정하는 말이 있다. “교회가 너무 많아, 어떻게 자고 일어나면 세워지는 게 교회야!” 라는 말을 들은 지 이미 오래다. 그러면 나는 이렇게 반박을 하기 일쑤였다. “교회 서는데 뭐 보태준 것도 없으면서 웬 걱정이야, 아무렴 술집이나 유흥업소 많은 것보다 낫지” 물론 비판을 위한 비판이란 생각에 다분히 일방통행 식 감정적 대응을 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조금 냉정해 질 때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세상은 교회가 가르치지 않아도 교회가 어떤 위치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 지를 잘 알고 있다. 아니 긍정적으로 보면 교회를 인정할 뿐 아니라 교회에 대한 거는 기대 또한 그 만큼 크다는 말이다. 그러나 그런 기대가 무너질 때 반사적으로 교회의 무 능력과 무 기력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높아져가고 따라서 교회존재에 대한 의구심까지 갖게 되는 결과라 하겠다. 거기에 온갖 통계자료를 근거로 산술을 써가며 매년 배출되어 넘쳐나는 목회자들의 자질까지 지적하고 걱정하는 목소리도 한 몫하고 있다. 구원 받은 죄인이라는 말에서 같이 여전히 죄의 속성을 안고 있는 지상교회는 결코 완전할 수도 완벽할 수도 없다. 또 그렇게까지 기대하지도 않음은 물론이다. 그렇다고 교회가 세상의 잣대에 마구 휘둘려 휘청거리며 엉거주춤한다면 더 큰 걱정이다. 골리앗의 엄포와 조롱 앞에 숨소리조차 내지 못하던 무기력한 왕과 백성들 사이에 분연히 일어나 실추되고 땅에 떨어져 짓밟힌 하나님의 이름과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당당히 나섰던 소년 다윗과 같은 바른 용기와 갈멜산상에서 홀로 고독한 가운데서도 제단을 세워 살아계신 하나님을 만 천하에 증거했던 엘리야와 같은 인물이 필요한 때다. 지금 세상은 제사장이나 레위인같은 종교인보다 선한 사마리아 인을 필요로 하고 있는 것이다. 아니 주님이 요구하시는 교회의 모습임을 두 말해서 무엇하겠는가! 이 곳에 교회를 세우는 과정에서 지금까지 주위의 외면과 거절 그리고 반대를 넘어 협박 심지어 바보,미친 놈이란 소리까지 귀에 담고 마음에 삭인 바 있기에 "생기면 안 되는 교회"를 세운 죄인(?)목사로서 그 어르신의 “이 교회가 없어지면 안 되는데……”라는 한 마디는 그 동안의 모든 악담을 훌훌 털어버리는 반전이 되어 더욱 나의 가슴에 메아리가 되어 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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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gust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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