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동안 뒷 마당에 어지럽게 자란 잔 나무가지들과 잡초들로 정글을 이루었다.
하루 날잡아 정리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으나 꾀가 나 차일피일 미룬 결과였다. 또한 작업을 위해 홈디포에서 전기톱등 연장도 이미 준비한 상태였기에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작업을 시작할 수 있었다. 드디어 작업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판단 그동안 차고에 곱게 보관한 연장들을 꺼내 준비작업에 들어갔다. 제일 먼저 안전을 위해 가죽장갑을 양손에 끼고 오늘 작업을 위해 가장 중요한 도구 전기톱을 높이 쳐들어 시동을 걸어보았다. “부 ~우 웅” 하며 지축을 흔드는 소리와 함께 내 몸은 “덜~덜~덜” 심하게 떨리고 있었다. 행여 놓칠세라 두손으로 꼭 잡고 무엇이든지 삼킬듯이 돌아가는 톱날을 시범삼아 잔 가지에 살짝 대는 순간 힘없이 잘려 나가는 것이 아닌가! 스릴과 통쾌함이 온 몸에 엄습해왔다. 시범작업에 성공한 나는 안심하고 본격적으로 작업을 시작할 수 있었다. 그러나 온 뜰을 헤집고 다니기엔 줄이 턱없이 짧아 비장의 카드로 준비한 아주 굵고 긴 연장코드(Extension Cord)를 연결하였다. 모든 준비를 완료하고 이제 어디든지 구석구석 전기톱을 들이댈수 있게 되었다. “부릉부릉” 톱이 닿는 곳마다 나무가지들과 잡초들은 여지없이 그리고 맥없이 잘려나갔다. 그런데 작업을 시작한 지 불과 얼마 안되어 갑자기 불을 토하듯 소리를 내며 작동하던 전기톱이 “푸르르”하며 소 코구멍에서 김빠지는 소리와 함께 멈춰 서는 게 아닌가. 이상하다싶어 전기톱 여기저기를 주의깊게 살펴 보았으나 도무지 이상을 발견할 수가 없었다. 구입한지 얼마안 되어 새 것임에도 불구하고 문제가 발생해 아무래도 불량품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니 슬며시 화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불량 전기톱을 반품하기위해 연결된 긴 전기 줄을 정리하려는 순간 나는 깜짝 놀람과 동시에 힘이 쭉 빠졌다. 원인은 전기 톱 불량이 아니라 연결코드가 깔끔하게 두동강으로 잘려져 이산가족이 되어 있었다. 당시 상황를 재현해 보건대 잔 가지를 쳐야할 톱날을 신나서 마구 휘두르다 그만 나도 모르게 연결코드를 자르고 말았던 것이다. 허탈함과 아쉬움에 보기좋게 잘려나간 연결코드를 손에 들고 있으려니 문득 언젠가의 일이 떠 올랐다. 조카사위 중에 치과의사가 있다. 아내의 새 사업장 오픈을 준비하면서 부지런히 아내를 도와 일을 하고 있었다. 마침 교회근처라 나도 아침에 잠시 들러 현장을 둘러보았을 때 그 조카사위가 보기에도 무거워 보이는 큰 벽 걸이 시계를 걸기위해 못을 박고 있었다. 나는 그저 “수고가 많구나” 란 말을 남기고 자리를 뜨게 되었다. 그리고 오후에 다시 궁금해 들렸더니 아직도 벽에 붙은 채 그 자리에서 끙끙대며 못질을 하는 것이다. 그러더니 잠시 후 혼자말로 이렇게 중얼거리는 게 아닌가. “에이, 나는 그냥 이빨이나 뽑으며 살아야되” 갑자기 이 생각이 들며 나도 이렇게 중얼거렸다. “맞아, 에이 나도 설교나 하고 살아야 되” 물론 이것이 자기변명을 위한 정당화 또는 합리화의 도구로 이용되어서는 안됨을 전제한다. 흔히 교인들이 같은 한 사건을 해석함에 있어 소위 하나님의 뜻이다, 아니다를 가지고 논쟁과 분쟁을 일삼고 있는 것을 어렵지 않게 볼 수있다. 또 피차 일방적인 하나님의 뜻을 주장하며 마치 다윗이 골리앗을 때려잡듯 언쟁과 논쟁을 넘어 육박전도 불사하는 용감한 투사(?)가 되기도 한다. 아마도 자기 뜻이 곧 하나님 뜻이기를 바라는 바램이 지나쳐 스스로 자기최면에 걸려 영적 분별력은 물론 이성적 분별력마져 잃은 까닭이란 생각이 든다. 개인적으로도 하나님의 뜻에 대한 물음에 분명한 대답과 확신이 없을 때 딜레마에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늘 방황하고 힘들어 하게 되는 원인이 된다. 그러나 사실은 하나님의 뜻을 자기의 숨겨진 의도와 계획 그리고 목적에서 찾고 얻으려고 하니 처음부터 무리가 생기는 것이다. 따라서 내게 불리하면 하나님의 뜻이 아니요 유리하면 하나님의 뜻이라고 주장한다는 말이다. 우리는 이 부분에서 좀 더 정직할 필요가 있다. 결코 하나님의 뜻을 고무줄 놀이나 시소게임하듯 접근해서는 안될 것이다. 지금 되는 일이 없어 힘들어 하고 있는가? 한번 자신을 잘 돌아보아야 할 필요가 있다. 아무리 하나님의 뜻임이 분명해도 절단된 줄로는 전기톱을 사용할 수 없듯이 단절된 하나님과의 관계회복 없이는 하나님도 일 하실 수 없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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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gust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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