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오신 손님의 권유로 이민생활 거의 20년 만에 사우나(sauna)라는 곳에 가게 되었다.
그 동안 몇 번 주위에서 함께 가자는 제의도 있었으나 왠지 익숙지 않은 탓에 번번이 거절했었다. 익숙지 않다는 말에는 이러한 이유가 있다. 스스럼 없이 옷을 갈아 입는 공동 탈의장에서부터 별 볼일 없는 나체로 공중 탕의 이 사람 저 사람 부딪치며 나 자신을 드러내는 것은 물론 다른 사람의 그림이 좋든 나쁘든 선택의 여지없이 무조건 감상해야 하는 것도 너무 부담스러웠기에 에덴동산에서 범죄한 아담과 하와가 부끄러워 하나님의 낯을 피하여 숨었던 것을 연상 시키며 나로 하여금 숨을 곳을 찾고 싶은 충동을 일으키기까지 했다. 심지어 비록 유니폼은 입었다고는 하나 한국 떠나기 전 남탕과 여탕으로 철저히 구분된 대중 목욕탕을 기억하는 나로서는 남녀노소 구분 없이 이 방, 저 방 함께 들락날락하는 분위기에는 내가 마치 외계인이 된 기분이 들 정도로 정말 어색 그 자체였다. 동행한 일행과 함께 소위 때 밀이(목욕관리사) 서비스를 받게 되었는데 누군가 이렇게 귀띔을 해 주었다. “잘 하는 분은 없는 때도 만들어서 밀어 준다”고 그러나 그 말에는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20년 가까이 때를 불려가며 밀어 본일이 거의 기억에 없기 때문이다. 없는 때를 만드는 수고는 덜어주었다지만 오히려 지나치게 많이 나올 것이 분명한 터 미안하고 염치없다는 생각이 들어 차라리 안보고 몸을 맡기는 게 낫겠다 싶어 눈을 꼭 감고 있던 차에 갑자기 젖은 수건을 얼굴에 푹 덮어 주는 게 아닌가. 나도 모르게 속으로 “오 ~ 예” 를 연발했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젖은 수건이 점점 얼굴을 압박해 숨이 막히며 호흡이 불편해 지기 시작 하자 결국 “오 ~ 노” 하며 신음이 터져 나왔다. 간단치 않은 작업을 마무리하느라 수고하신 목욕 관리사를 볼 낯이 없어 “감사합니다” 란 인사를 뒤로하고 도망치듯 미꾸라지같이 빠져나갔다. 땀 흘린 일외에 별로 한 일도 없는데 이미 배는 가라앉고 기력은 쭉 빠져있었다. 이제 식사를 하고 힘을 충전해야 다음 코스들을 돌 수 있다고 한다. 흩어졌던 남녀일행 모두가 식당에 모여 얼큰한 육개장으로 허기진 배를 달랬다. 그리고 각자 원하는 찜질 방을 향해 들어갔다. 다른 일행이 나를 이끌고 들어 간 곳은 불 가마 체험 방이란다. 피부도 좋아지고 혈액순환에도 좋고 이러 쿵 저러 쿵 해서 건강에 좋다고 조금 있으면 저 안쪽에서 활활 타오르는 참숯불이 레일을 따라 방안으로 들어오는데 “불이야”라는 안내방송이 나오면 밖에 있던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그 불 가까이에 가기 위해 몰려든단다. 그리고는 소근데듯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 “지옥에는 특별히 한국사람들을 위해 평소 다른데 보다 7배는 더 뜨겁게 한데요. 불 가마에 익숙한 한국사람들은 어지간해서는 뜨거운 줄 모르기 때문이래요” 나는 갑자기 온 몸에 작은 경련과 함께 식은 땀 흘리는 것을 느끼며 슬그머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벌써 어두워진 밤길에 돌아오면서 “참숯 불가마가 아니라 성령의 불가마 체험장”으로서의 교회의 역활을 생각해 보았다. 다음 날 아침, 나아만 장군이 요단강에 7번 몸을 담그고 어린아이 피부같이 되었던 것처럼 나의 피부도 놀랍도록 변해 있었다. “오 ~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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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임목사 칼럼In His Plan, In His Place, In His TIme! Archives
August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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