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1월 4일,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미국 제 44대 대통령을 선출하는 날이었다. 나는 미국에 이민 온 1세로서 처음 대통령 선거에 투표권을 행사하는 날 이었고 큰 아들은 이 곳에서 성장해 성인이 된 1.5세로서 처음 투표권을 행사하는 날이라 부자지간에 특별한 날이 되었다. 어느덧 성장해 아빠의 키를 훌쩍 넘긴 아들의 뒤를 따라 함께 투표장소에 도착했다. 이미 많은 사람들로 장사진을 이루었다. 입구에는 지역구 후보들이 투표하러 온 사람들에게 마지막까지 눈 도장이라도 받으려는 듯 정중히 인사를 하며 한 표를 호소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선거 때마다 한인사회의 위상강화를 위해 반드시 선거에 참여해서 투표권을 행사해야만 한다는 말이 생각났다. 역시 유권자의 힘을 확인 할 수 있었다. 나와 아들 또한 후보들의 인사를 받으며 투표소에 들어섰다. 대부분 자원봉사로 수고하는 분들은 동네 백인 어르신 들이었다. 유권자 확인절차를 간단히 밟고 바로 투표소에 들어갔다. 투표방식은 대통령으로부터 지역구 후보들의 이름이 명시된 터치 스크린 시스템으로 되어있었다. 미국시민으로서의 책임과 의무이자 권리를 행사했다는 뿌듯함을 느끼며 집으로 돌아왔다. 어느 때보다도 관심이 집중된 선거인지라 하루 종일 매스컴에서는 투표진행상황과 개표상황을 알리기에 분주했다. 비록 이미 각종 여론조사에서 버락 오바마[Barack Obama]의 큰 표차의 승리를 예견해서인지 흥미진진함은 다소 떨어졌다. 결과적으로 미 역사상 첫 흑인 대통령이 당선되는 이변이 연출되었다. 이 곳 New York 의 Time Square 를 비롯 Chicago Grant Park등에는 엄청난 인파가 몰려서 새 대통령의 당선을 기다리고 축하했다. 이미 피차 예견하고 준비했었는지 패배자의 승복 연설과 승리자의 수락 연설이 계속해서 있었다. 존 매케인[John McCain]은 아리조나 피닉스[Arizona, Phoenix]에서 있었던 그의 패배 인정 선언에서 솔직하게 패배의 책임을 모두 자신에게 돌렸으며, 승리자인 버락 오바마를 향한 진심 어린 축하와 아프라칸-어메리칸 에 대한 축하의 메시지와 함께 하나된 미국을 강조하였다. 또한 연설도중 패배를 아쉬워하거나 인정하지 않는 일부 흥분한 관중들을 진정시키는 성숙함을 보여주기도 했다. 진지하고 엄숙하지만 겸허히 패배를 받아들이며 자신을 이긴 상대에 대한 축복과 신뢰를 진심으로 표현하는 그의 모습을 보면서 다시 한번 미국의 진정한 힘을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얼마 후에 시카고의 수 많은(약 100만) 관중들 앞에 선 버락 오바마는 가족들과 먼저 연단에 등단해서 두 딸들을 꼭 안아주는 다정한 아버지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Hello, Chicago!" 로 시작된 그의 연설은 승리의 흥분을 자제하는 차분함을 넘어 엄숙함 그리고 특유의 열정을 고스란히 담아내 사람들의 마음을 압도하리만큼 탁월했다. 연설의 핵심 주제이자 선거 핵심 전략이었던 '변화'[change]를 강하게 예고했다. 그의 연설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라면 바로 "Yes, we can" 이다. 변화를 강조할 때마다 청중들은 “Yes, we can”(네, 우리는 할 수 있습니다)으로 화답하며 그의 연설에 힘을 실어 주었다. TV로 이 장면을 함께 지켜보던 아들이 혼자 중얼거리듯 이렇게 입을 열었다. “오바마가 목사님이 되어 설교를 하면 더 잘 했을 거야!” "뭐 눈엔 뭐만 보인다"고 그렇지 않아도 목사 눈에 보이는 그 장면은 설교자의 말씀에 성도들이 “할렐루야! 아멘”으로 화답하는 분위기를 그의 연설에서 느끼고 있던 터였기에 더욱 깜짝 놀랐을 뿐 아니라 한편으로는 부끄러운 마음도 솔직히 감출 수 없었다. 그나저나 나야 목사니까 그렇게 보인다 해도 아들에 눈에도 그렇게 보이는 걸 보면 역시 목사 아들은 아들이구나 하는 생각에 흐믓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아무튼 일반연설에서도 이번 선거의 가장 큰 이슈가 되었던 피부색은 물론 언어와 문화의 장벽을 넘어 모든 사람들의 마음에 감동을 줄 수 있었다면 그 동안 생명의 말씀인 하나님의 말씀을 전 하는 설교자로서의 영향력과 받는 성도들의 반응을 미루어 생각해 볼 때 피차 깨닫는 바가 분명 있으리란 생각이 든다. 그의 연설은 다음과 같이 “Yes, we can. Thank you. God bless you. And may God bless the United States of America.” 하나님의 축복을 기원하는 것으로 끝을 맺었다. 성급한 면이 없지 않아 있으나 아무쪼록 바라기는 대통령 당선자의 연설 “Yes, We can”에 대한 결론으로 그의 퇴임연설에서는 “Yes, We did” 라고 자신 있게 말하고 모두가 지금의 감격을 고스란히 간직한채 화답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다음 선거에는 여기서 태어난 2세 둘째 아들까지 함께 데리고 투표해야겠다고 다짐하면서 첫 번째 유권자로서의 권리를 행사한 역사적인 날은 이렇게 저물어만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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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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